이오덕 선생의 시에 소박한 그림이 더해진 책. 이오덕 선생이 책 뒤에서 밝혔듯이, 이 작품은 어린이를 위해 쓴 작품이라기 보다는 어린이가 읽었으면 하는 할아버지의 인생 이야기다. 꾸밈없이 담담하게, 물이 흘러내리듯 자연스럽게, 감자처럼 소박하게 삶에 대해 추억하고 있는 동시다.

감자의 맛은 심심하다. 고소하다고 하기에는 2할 정도가 모자란다. 감자는 참으로 부드럽고 아무런 꾸밈이 없다. 땅속에서 성실히 제 몸을 실하게 살찌우다 호미질에 햇빛을 잠시 본 후, 감자는 밥 위에서 쪄지고, 불 속에서 구워진다. 그 먹는 방법도 단순하기 그지없다. 젓가락으로 감자를 푹 찍어 후후 불면서 우물우물 씹는다.

안방과 정지 샛문으로 어머니가 젓가락에 찍어 주시던 감자, 논 매시는 아버지와 새참으로 함께 먹은 감자, 소죽을 끓이며 아궁이 잿불에 구워 먹던 감자, 친구들과 함께한 감자묻이 놀이... 사시사철 감자를 먹고 자란 아이는 청년이 되어 선생이 되었고, 산골 학교에서 감자를 먹는 아이들을 가르쳤다.

깊게 주름이 파인 이마, 갈퀴처럼 거친 손, 검은 얼굴. 책 속에 등장하는 선생은 흙을 한없이 사랑하는 농부의 모습이다. 낮에는 호미를 들고 감자를 캐고, 저녁에는 희미한 불빛 아래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무더운 날이면 시원한 마루에 누워 낮잠을 잔다. 소박한 인생을 살다가 평화로운 말년을 보내는 선생의 모습이 거친 목탄으로 스케치되어 있다. 하지만 그 거침은 한없이 따스함을 품고 있다. 할머니의 손이 아무리 거칠어도 따뜻한 것처럼.

감자는 달지도 시지도 맵지도 짜지도 않다. 한없이 담담한 맛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자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이 동시도 감자처럼 한없이 담담하다. 어머니가 건네준 감자가 삶의 텃밭이었다고 말하는 선생의 조용한 읊조림에 가슴이 찡해진다.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인생을 관조하고 오랫동안 마음에 묻어 둔 그리움을 더듬어 간다. 그러나 이 동시의 그리움은 과장도 미화도 없다.

선생은 동시의 끝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믿는 하느님도 그렇다, 감자를 좋아하실 것이다. 맑고 깨끗하고 따스하고 포근하고 부드러운 감자 맛을 가장 좋아하실 우리 하느님, 내가 죽으면 그 하느님 곁에 가서 하느님과 같이 뜨끈뜨끈한 감자를 먹을 것이다. 나도 이 책의 서문을 쓰신 권정생 선생처럼 생각한다. 선생은 정말 하늘나라에서 하느님과 같이 감자를 후후 불면서 먹고 있을 것이다. 아마 선생은 그렇게 감자를 먹으며 웃으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