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 어귀에는 조그맣게 조각된 돌사자 상이 있다. 그 돌사자는 수호신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마을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찾아오면, 마을 사람들은 매번 돌사자를 잊지 않고 찾아 가 목도리도 둘러주고 설 음식도 놓아준다. 나이 든 사람들은 돌사자를 보며 자신의 어린시절을 회상하고, 아이들은 든든한 돌사자 덕분에 밤길도 무섭지 않다.

아이가 성장해 어른이 되어 마을을 떠나게 되면 아이는 정들었던 마을과 돌사자를 잊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돌사자는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그곳에서 그 어누 누구도 잊지 않을 거라 다짐하며 돌사자는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 그는 마을에 딱 하나밖에 없는 돌사자이자,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유일한 마을의 지킴이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유명한 그림책 작가 시옹량의 작품으로, <달 토끼의 길고 긴 여행>과 함께 소개되었다. 두 작품은 각각 달 토끼라는 전래적 소재와 마을 어귀에서 볼 수 있는 돌상을 다룬 동화이다. 우리와 정서가 닮아 있어 받아들이기 쉽고, 짧지만 탄탄하게 구성된 이야기는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특히나 돌사자의 이야기를 다룬 책은 차이나 타임스와 연합신문에서 좋은 도서로 선정되었으며, 미국 일본 프랑스 대만 등에 판권이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