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마을 외딴 집에 늙은 쥐와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 추운 겨울 밖에는 바람이 불고, 시냇물은 꽁꽁 얼었다. 늙은 쥐는 잘 먹질 못해 털이 꺼칠했고, 할아버지는 친구가 없어 볼이 축 늘어졌다. 늙은 쥐는 할아버지가 얻어 온 음식들을 훔쳐 먹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쥐 한마리를 데려온다. 매일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이면서, 극진히 쥐를 돌보는 할아버지를 보고 늙은 쥐는 화가 난다. 할아버지가 외출한 후, 새로 들어 온 병든 쥐를 쫓아내려고 방으로 들어온 늙은 쥐는 그만 깜짝 놀란다. 그것은 쥐가 아니라 먼지투성이 실장갑 한 짝이었던 것.

늙은 쥐는 불쌍한 할아버지를 위해 병든 쥐 노릇을 하기로 한다. 서로 위안이 되주며 늙은 쥐와 할아버지는 혹독한 겨울을 넘긴다. 그리고 온 세상이 노란 빛과 초록 물결로 넘실대는 봄을 맞이한다. 민화를 떠올리게 하는 담백한 수묵채색화 그림은 추운 겨울에서 따뜻한 봄까지 늙은 쥐와 할아버지의 심리를 섬세하게 따라간다. '콩깍지 문고' 다섯번째 권이다.

힘겨운 삶 가운데에서 찾은 작은 행복깊은 산 속 외딴 마을 외딴 집에 할아버지와 늙은 쥐가 살고 있었습니다.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고, 게다가 눈마저 어두워 생활이 여의치 않은 할아버지는 아침 일찍 작은 통 하나 손에 들고 먹을 것을 찾으러
나섭니다.
이 할아버지는 그 동안 어디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모르지만, 생활이 넉넉하지 않고 외로워서 볼이 축 쳐졌다는 것만 짐작하여 알 수 있습니다. 그런 할아버지 옆에는 김치 조각, 생선 한 토막 등 변변치
않은 음식을 훔쳐먹으며 살고 있는 늙은 쥐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이 늙은 쥐와 할아버지는 그저 남처럼 대면대면하게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역 싸움까지도 하고 있습니다. 서로 "여긴 내 집이야." 하고
주장하면서요. 둘 사이에는 외딴 마을 외딴 집에 찾아온 추운 겨울만큼이나 추운 겨울이 있었던 것입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와 늙은 쥐 사이에 '병든 쥐' 한 마리가 끼어 듭니다. 병든 쥐는 작은 생물이기는 하지만 할아버지 삶을 바꾸어 놓는 큰 의미가 있는 존재입니다. 부족한 살림이지만 할아버지는 밖에서
데리고 온 병든 쥐를 보살피느라 정성껏 음식을 나릅니다. 할아버지는 작은 미물을 상대로 사랑을 나누고 의지를 하기 시작한 거지요.
어느 날, 병든 쥐와 할아버지를 보고 있던 늙은 쥐는 병든 쥐를 내쫓아야겠다는 아주 깜찍한 생각을 해냅니다. 병든 쥐 앞에 놓인 음식을 차지하기 위해서지요. 늙은 쥐는 할아버지가 나가자 병든 쥐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갑니다. 그러나 늙은 쥐를 너무나도 놀라게 한 것은 덩그마니 놓여 있는 작은 실장갑 한 짝이었습니다. 할아버지와 늙은 쥐는 늙고, 눈도 어두워 지저분한 실장갑을 살아 있는 병든 쥐로 잘못 본
것이었습니다. 늙은 쥐는 얼른 실장갑을 밖에다 갔다 버렸지요. 그러고는 얌체처럼 먹이를 차지한 자신의 행동이 조금은 부끄러웠는지, 할아버지가 실망할 것이 염려가 된다는 핑계를 대면서 '병든 쥐' 역할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둘의 관계도 외딴 마을 외딴 집에 봄이 찾아들 듯 따뜻해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할아버지는 친구가 생겨서 볼이 팽팽해지고 얼굴에 화색이 돌았고, 늙은 쥐는 잘 먹어서 털이
매끄러워지고 눈빛도 맑아졌습니다. 아웅다웅했던 둘은 실장갑 덕분에 봄볕만큼이나 따뜻한 온정을 나누면서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정말 늙은 쥐를 병든 쥐로 알았을까요?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병든 쥐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 늙은 쥐라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그리고 늙은 쥐도 할아버지가 알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었을 겁니다.
각박한 삶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할아버지와 늙은 쥐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이 겨울 가슴 한 구석에 훈훈함마저 느껴지게 합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늙은 쥐 이야기는 행복과 사랑은 늘 작은 것에서부터 꿈틀거리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배경 그림 없이 펼쳐 내는 할아버지와 쥐의 내면 이야기할아버지와 늙은 쥐가 살아가며 들려주는 한 편의 훈훈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이상교 선생님의 글과 김세현 선생님의 그림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담백한 수묵채색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한 폭의 담백한 수묵채색화에서 느껴지는 묘미는 바로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김세현 선생님이 배경 그림 없이, 할아버지와 쥐와 여백만으로 내면의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여백이 살아 있는 가운데에 놓인 할아버지와 쥐의 모습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당기고 있습니다. 골이 깊게 패인 할아버지의 주름과 축 처진 어깨 그리고 진한 외로움으로 미간을 찌푸린 채 턱을 괴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외딴 마을 외딴 집에'서 살면서 근근히 목숨을 이어가는 늙은 쥐한테서는 힘든 삶을 산 쥐답게 세상살이에 닳고닳은 쥐의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둘을 둘러싸고 있는 여백에서는 둘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사건을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처음은 눈이 가득 쌓인 산골의 풍경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둘이 살고 있는 마을이 얼마나 외딴 마을인지 알려 주기도 하지만 할아버지와 쥐가 얼마나 얼음처럼 찬지를 짐작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기면 서로 등을 지면서 내 집이라고 우기는 둘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할아버지와 늙은 쥐가 얼마나 아웅다웅하고 사는지는 둘의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모습에서는 그늘과
걱정과 외로움이 묻어 나오고, 늙은 쥐한테서는 약삭빠르고 눈치나 보는 천덕꾸러기의 느낌이 느껴집니다. 그러다가 둘이 온정을 나누기 시작하면서 늙은 쥐의 모습에서는 약은 모습도 눈치도 사라졌고 할아버지의 얼굴은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고 급기야 봄꽃이 주는 느낌만큼이나 둘의 관계가 따뜻해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백이 주는 자유로움과 붓의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선의 자유로움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는 《외딴 마을 외딴 집에》의 그림은 글이 주는 의미를 한층 더 잘 살려 내는 멋들어진 그림입니다.
저자 소개글
이상교이상교 선생님은 살면서 맞이하게 되는 모든 것들을 "시"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마음속에는 세상의 노래들이 잔뜩 들어 있는데, 그 노래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려고 움찔움찔 어깨를 들썩이는 바람에,
선생님은 속으로 "노래들아, 차례차례, 천천히!"하고 외친답니다. <외딴 마을 외딴 집에>도 움찔거리는 노래들 가운데에서 세상에 먼저 나온, 동시 같은 동화랍니다. 동시집으로는 <자전거 타는 내
그림자>, 동화책으로는 <롤러브레이드를 타는 의사 선생님>, 그림책으로는 <야, 비온다> 들이 있습니다.
그림
이세현항상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애쓰는 작가입니다. <외딴 마을 외딴 집에>에서는 배경 그림 없이, 할아버지와 쥐만으로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김세현 선생님은 <만년샤쓰>
<모랫말 아이들> <부숭이는 힘이 세다>들에 그림을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