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 시리즈 28권. 2010년 슈나이더 패밀리 북어워드 수상작. 주인공 제이슨은 자폐아이지만 표현이 힘들 뿐 남들과 똑같이 기뻐하고 슬퍼하며 사랑하는 등 일상적인 감정을 느끼고 그 또래 아이들이 느끼는 혼돈을 겪는다. 제이슨이 겪는 갈등과 심리묘사를 통해 이 이야기는 자폐아들을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기준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와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에 초점을 맞추고 관심과 이해의 폭을 키워 가야 한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

자폐아의 눈으로 바라본 정상인의 세상

2010년 슈나이더 패밀리 북 어워드를 수상작인 이 책은 자폐증을 겪고 있는 열세 살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그리고 있다. 슈나이더 패밀리 북 어워드는 장애인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가장 문학적으로 표현한 아동 및 청소년 도서에 수여하는 상으로, 이 작품은 그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1만 명 중 약 4.5명꼴로 자폐증이 발생한다는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자폐증이라는 정서장애를 이 책은 타인의 입장이 아닌 자폐 아동의 눈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열세 살 제이슨은 정상인 아이들 틈에서 살아가는 자폐아이다. 타인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기에 제이슨은 학교에서 곧잘 오해를 받고 사고를 일으킨다. 사람들은 제이슨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제이슨은 오히려 정상인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불편하다. 제이슨은 보통 사람들처럼 상대방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하거나 자연스럽게 미소 지을 수 없고, 아무 자리에나 앉을 수도 없으며, 속마음과 다른 말을 할 수도 없다. 제이슨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아끼는 부모님은 자폐아인 제이슨을 특별한 아이라고 말한다. 남들과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다.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사는 제이슨이 세상과 소통하는 순간이자 진실한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은 이야기를 쓸 때이다. 제이슨은 인터넷 소설 사이트 ‘스토리보드’에 자신이 쓴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어릴 때부터 단어에 특별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던 제이슨은 소설을 쓰면서 훗날 작가가 되려는 꿈을 품는다. 어느 날 제이슨은 스토리보드 사이트를 통해 마음을 나눌 친구 레베카를 알게 되는데, 레베카는 제이슨이 자폐증인 걸 모르기에 아무 편견 없이 대해 준다. 제이슨은 레베카를 직접 만나 얼굴을 보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진짜 만날까 봐 너무나 두렵다. 레베카는 자기를 보자마자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알 테고, 자폐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 이상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고 할지도 모르니까. 제이슨의 진짜 모습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도 않고 말이다. 레베카를 직접 마주할 기회는 스토리보드 사이트의 대형 행사 덕분에 뜻밖에도 빨리 찾아온다. 그리고 이로 인한 일련의 사건들로 제이슨 자신과 엄마, 그리고 제이슨이 쓴 소설의 주인공 ‘벤누’까지도 각자의 삶 속에서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주인공 제이슨은 자폐아이지만 표현이 힘들 뿐 남들과 똑같이 기뻐하고 슬퍼하며 사랑하는 등 일상적인 감정을 느끼고 그 또래 아이들이 느끼는 혼돈을 겪는다. 제이슨이 겪는 갈등과 심리묘사를 통해 이 이야기는 자폐아들을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기준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와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에 초점을 맞추고 관심과 이해의 폭을 키워 가야 한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

그때, 내 컴퓨터를 쓰고 있던 사람이 내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어. 여자애였지. 여자애들은 거의 똑같이 생겨서 구별이 안 돼.
긴 머리. 귀걸이. 가냘픈 목소리.
그러면 여자아이야.
나는 이 여자애가 누군지 몰랐어. 이 아이가 나를 싫어하는지 어쩐지도 알 수 없었고. 하지만 싫어할 가능성은 있지.
그 여자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그 아이의 표정을 보고 알아내야 했어. 눈을 찌푸린 채 입술이 안 보일 만큼 입을 꽉 다물고 있는 표정. 아무래도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난 것 같았어. 하지만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
“너 지금 나한테 입김을 뿜어 대고 있잖아.”
여자애가 말했어.
“진짜 웃기는 애네.”
‘웃기다’라는 단어는 재미있다거나 우습다는 뜻을 나타내지만 이 경우에는 그렇지 않아. 이것은 이 여자애가 나를 싫어한다는 뜻이지. 아니,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나 때문에 진저리를 치고 있어. 대부분의 여자애들은 나를 보면 이렇게 반응해. 하지만 우리 엄마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 언젠가는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될 거라고. 내가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알아보는 그런 아이를 만나게 될 거라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어. 나를 좋아할 여자애는 없다는 것을. 내가 무엇을 한다 해도,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 해도 말이야.
물론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지.
그랬으면 좋겠어.
내 생각이 틀리고 엄마 말이 맞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보통 내 생각이 맞더라고.

예일 뉴헤이븐 병원에 다녀온 며칠 뒤,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내렸어. 하지만 그 단어를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
자폐증.
나는 한참 후에나 그 뜻을 알게 되었어. 처음에 엄마, 아빠는 내가 특별한 아이라고 말했어. 다른 사람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고 말이야.
“엄마, 아빠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았단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말이야. 앞으로는 상황이 더 나아질 거야.”
아빠가 말했어.
“뭐가 문제인지 알게 됐어, 제이슨.”
엄마도 말씀하셨지.
“문제가 뭔지 알아냈으니까 고칠 수 있을 거야.”
부모님은 뭐가 문제인지 한 단어로 알려 주었어. 세 글자로 된 한 단어. 그게 내 이름이나 다름없어진 셈이야. 그밖에도 엄마, 아빠는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해 줬어. 하지만 나는 그때 이미 알고 있었어. 일반적인 말이라도 완전히 다른 뜻을 내포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야.
특별하다.
다르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좀 편안해지기도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