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의 여자아이 레나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축구. 레나가 가장 잘하는 것 또한 축구로, 레나는 어린이 축구팀의 정식 선수이다. 어른들은 모두 레나가 축구팀에 오래 있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레나는 이미 '예쁜 옷 입고, 여자 친구들과 놀면서도 얼마든지 축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러나 레나가 구구단 시험에서 스물다섯 문제 중 열여섯 개를 틀려오면서 모든 것이 꼬여가기 시작한다. 엄마는 레나에게 수학공부를 열심히 하기 전에는 축구를 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레나가 생각하기에 축구 선수들은 계산기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수학 공부를 한다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훌륭한 축구 선수들은 그 시간에 미친 듯이 축구 연습을 했기 때문에 그 위치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남자 친구들은 '여자들에게 좋은 자리를 주면 꼭 아이를 가졌다느니 뭐니 해서 남자들을 골탕먹이기만 한대'라는 아빠들의 이야기까지 동원하여 여자는 믿을 수 없다는 이야기로 레나를 괴롭힌다. 결국 레나는 엄마, 아빠 몰래 축구 연습에 나갈 궁리를 한다. 레나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어디에 가는지 솔직하게 밝히지 않을 뿐이다.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잘 하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레나의 이야기에 왠지 기운이 나는 동화. 군데군데 비치는 '남자'들의 옳지 않은 비판도, '여자아이'에 대한 어른들의 편견도 레나의 유쾌한 한 방에 날아가버린다. 어른들이 보기에도 흡족할만한 결론을 끌어내기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다른 것은 포기해도 된다는 식의 과격한 마무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