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넓은 바다에는 바다 기린이 살고 있대요. 몸이 만 미터가 넘는다는 바다 기린은 얼마나 키가 큰지 머리가 바다 바깥으로 나와 있대요. 하지만 바다 기린을 본 사람은 없대요. 아마 멀리서 사람들이 보았다더라도 아마 군함이나 또 다른 배로 여기고 그냥 지나쳤을 거래요.

얼마 전 지나가던 철새가 이야기를 해주더라구요, 바다에도 기린이 살고 있다구요. 바다 속에 사는 친구들은 모두 그걸 알고 있다구요. 바다 기린은 자기 목과 몸으로 물고기들에게 잠자리를 만들어주고, 자기 같은 철새에게는 쉴 곳을 마련해준대요. (바다 기린 머리 위에 앉아서 쉰다는 말이겠지요)

이렇게 고마운 바다 기린이 더 고마운 건요, 바다 위에 떠 있는 건 뭐든지 먹어서 바다를 깨끗하게 만들어준대요. 그리고 한 가지 놀라운 사실도 알려줬어요. 바다에서 파도가 치는 것은 바다 기린이 멀리 있는 친구에게 커다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래요. 정말 놀랍지요?

철새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는 '설마'하고 믿지 않았는데, 이 책의 그림을 보면 정말 그럴 거 같아요. 글을 그림으로 어찌나 잘 설명해주는지, '아하하'하고 웃음이 절로 나온다니까요. 아주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그림체로 정말 이야기만큼이나 기발하게 그렸어요.

"땅위에 사는 포유동물이 과연 깊은 바다에서도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황당한 궁금증을 한번이라도 해 봤다면 [바다기린]을 추천하고 싶다. 약간은 황당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 한마디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튀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모르는 그러나 바다 생물과 철새들은 모두 알고 있는 마음씨 착한 바다기린. 철새가 들려주는 바다기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바다기린이라는 친구가 정말 바다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거대한 몸으로 바다 생물에게 좋은 안식처가 되어주기도 하고 멀리 있는 친구와 대화하기 위해 파도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바다기린.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는 모두 먹어치우고 오랜
여행에서 지친 몸을 쉴 수 있도록 철새들에게 머리까지 내어주는 마음씨 착한 바다기린. 굳이 말하지 않아도 바다기린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이 신기하기만 한 어린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심어주기에 더 없이 좋은 책이다. 일러스트 상을 수상했던 아키야마 타다시의 강렬하면서도 독특한 그림 역시
볼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