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는 친구와 함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의 마르크스 엥겔스 동상 앞에서 안 쓰는 물건을 파는 장터를 연다. 친구가 가져온 동독 지폐가 바람에 날리자 신기하게도 카를 마르크스가 말을 걸어온다. 마치 마술에 걸린 듯 19세기 런던으로 간 것이다.

마리아는 빚에 쪼들리면서도 늘 밝고 명랑한 마르크스 가족을 만나고 마르크스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활동했는지를 딸들을 통해 이야기 듣는다. 그리고 섬유공장에서 일하는 존과 초콜릿을 나눠 먹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와 부모님으로부터 독일의 역사에 대해 듣게 된다.

마리아는 마르크스를 다시 만나 부모님에게 들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들을 대립하고 싸우게만 했다고 안타까워하는 마르크스에게 엥겔스는 그렇지 않다며 8시간 노동이나 남녀 가사 분담, 어린이 노동 금지, 다른 문화와 인종에 대한 존중과 공존 등이 얼마나 큰 진전인지를 지적한다.

한국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는 최초의 카를 마르크스 이야기

20세기를 바꾼 세기의 인물을 꼽으라면 절대 빠질 수 없는 사상가이자 혁명가가 바로 카를 마르크스와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프리드리히 엥겔스이다. 그러나 분단과 체제 대립이라는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이십여 년 전만해도 마르크스주의 책은 금서였으며 그 사상을 믿는다는 것만으로도 감옥에 갇혔던 ‘불온한’ 것이었다. 반면 민주주의와 평등한 사회를 바랐던 많은 젊은이들에게 마르크스주의는 새로운 사회를 향한 뚜렷한 이상을 불어넣어 주기도 했다.
과연 마르크스주의는 실패한 사상이며 인류에게 아무런 기여도 못한 것일까? 그들이 꿈꾼 사회는 불가능한 이상이기만 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여전히 마르크스주의를 믿으며 나라를 이끌어가는 나라들이 남아 있고, 그들의 이론과 사상이 현대에도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으며 지구화되고 양극화되어 가는 지금 현실에도 유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왜일까?
『마르크스가 꿈꾼 더 나은 세상 이야기』에서 마리아는 19세기 런던으로 가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만나, 직접 그 당시의 현실과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사회가 어떤 것인지 듣는다. 독일의 원서 『돈이 없으면 존재도 없다 - 카를 마르크스 』를 번역하고, 우리 현실에 대한 정보를 곁들여 어린이들의 이해를 도왔다. 마르크스를 만나 당시의 상황과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듣고, 현실로 돌아와 독일 역사와 마르크스주의 혁명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살펴본 후 다시 마르크스를 만나 마리아가 그 이야기를 전해 주고 마르크스와 엥겔스와 더불어 과연 ‘현대는 더 나아졌는가?’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이 책은 어린이들이 지금은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많은 것들이 실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에 의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들(양극화와 노동자들의 권리,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 등)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정보, 풍부한 사진과 흥미로운 삽화가 어우러진 그림책

마리아가 마르크스를 만나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요한 매개로 ‘어린이 노동’을 설정하여 어린이 독자가 공감할 수 있게 해 준다. 또 마르크스의 인간적인 면모와 노예제나 담배에 대한 유머러스한 대화가 웃음을 끌어낸다.
독일의 역사와 혁명의 사전적 의미, 『공산주의선언』과 『자본론』소개, 세계 공산주의 혁명의 역사와 오늘날의 마르크스주의 등 다양한 부가 설명을 곁들여 마르크스주의에서 짚어야 할 정보들을 쉽고도 충실하게 수록하였다. 권말에 마르크스 트리어 생가의 여러 모습과 연보를 실었다.
또한 마르크스가 살던 런던과 당시의 공장 그림, 대영박물관 도서관, 베를린 장벽과 마르크스의 딸과 아내 등의 사진과 일러스트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그림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준다.

어린이들이 이 책을 통해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평등한 사회, 모두가 교육 받는 사회, 소유욕 없는 삶, 돈 없이도 행복한 방법 등 인류의 오랜 이상이자 놓아서는 안 될 꿈들에 대해 부모님과 선생님과 함께 생각해 보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