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땅꼬마 수지에게는 비밀!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 얘기해 줘야 할까?
어른들은 비밀이 많아요. 어른들은 어른만큼 키가 커야 비밀을 말해 줘요.
나 같은 땅꼬마 아이에게는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아요.
나도 다 알아요.
엄마의 가슴에서 소리가 나요. 눈물 흐르는 소리가 나요.
수지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할머니의 죽음을 나름대로 상상합니다. 그리고 수지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다섯 살배기에게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할머니의 죽음!
또래들보다 키가 작은 다섯 살배기 수지. 모두들 이름 대신 땅꼬마라고 불러요. 하지만 할머니는 수지를 ‘예쁜 조각이불’이라고 부르시죠. 손가락은 아빠를 닮고, 곱슬머리는 할머니를 닮았거든요. 아빠의 손가락 조각과 할머니의 곱슬머리 조각이 조각이불처럼 꿰매져서 수지가 된 거래요.
할머니는 수지에게 가장 좋은 친구예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할머니는 침대에만 누워 계세요. 걸어 다니기에는 좀 피곤하시대요. 그래도 할머니는 수지만 보면 활짝 웃으세요.
집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모두들 슬픈 얼굴을 하고 있어요. 수지만 빼고 다 아는 비밀이 있나 봐요. 할아버지는 슬픈 얼굴로 아무 얘기도 안 하시고, 엄마랑 아빠는 입을 꾹 다물고 눈물을 참는 것처럼 보여요.
그래서 수지도 아무 말 안 해요. 대신 그림을 그려요. 엄마가 안아 줬어요. 엄마의 가슴에서 소리가 나요. 눈물 흐르는 소리처럼 조용한 소리가 나요.
수지는 혼자 상상해요. 그리고 엄마에게 살짝 얘기해 줬어요. 엄마는 수지를 꼭 껴안고 참았던 눈물을 흘렸어요. 그리고 가족 모두 다시 웃음을 찾았답니다.
수지는 엄마에게 뭐라고 얘기했을까요?
아이는 느낌으로 압니다!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다섯 살배기 수지는 이미 느낌으로 알고 있습니다. 엄마 품에 안겨, 엄마의 심장 소리가 마치 조용히 흐르는 눈물 소리 같다고 느낍니다. 자기 앞에서 억지로 울음을 참고 있는 것 같은 어른들에게 수지는 ‘울어도 돼요’라고 마음속으로 말합니다.
바닥에 편안하게 누워, 나름대로 할머니의 죽음을 상상한 수지는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살짝 얘기해 줍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던 아이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엄마는 큰 위로를 받습니다. 그리고 편안하게 눈물을 흘립니다. 비로소 웃음을 되찾은 가족. 수지는 할머니를 위해 예쁜 그림을 그립니다.
다섯 살배기 땅꼬마 수지는 키 큰 어른들의 생각보다 강해요!
엄마나 아빠 또는 가깝게 지내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아이는 어떻게 이해할까요? 대부분의 경우, 어른들은 연약한 아이가 받을 정서적 충격을 걱정한 나머지 사실을 얘기하기 두려워합니다. ‘과연 아이가 죽음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죽음이 뭔지도 모를 텐데…….’
다섯 살배기 수지는 막연한 불안감과 소외감을 느낍니다. 이 책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상황 설정을 다섯 살짜리 수지의 입장에서 아주 경쾌하게 보여줍니다.
본문의 끝에는 아이에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어떻게 얘기해주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도움글을 실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강합니다. 오히려 아이가 상처를 덜 받는 길은 솔직하게 얘기해주는 어른의 용기에 있습니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타켓 층
· 3~6세 유아
·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아이에게 어떻게 얘기해 줘야 할지 고민인 부모
특징
· 엄마나 아빠 또는 가깝게 지내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유아는 어떻게 이해할까? 유아의 입장에서 잘 표현된 수작.
· 아이에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어떻게 얘기해 주면 좋을지에 대한 도움글이 들어 있다.
도움글: 키 큰 어른들은 몰라요!
글: 이루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육학부 아동상담학 박사 과정 중
☆나에게 이렇게 얘기해 주세요!
1. 조용한 곳에서,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얘기해 주세요.
2.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설명해 주세요.
3. “나도 너처럼 많이 놀라고 슬프단다.”라고 마음을 얘기해 주세요.
4. 내게도 시간이 필요해요.
☆이건 꼭 얘기해 주세요!
1. 의사 선생님도, 누구도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세요.
2. 죽은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얘기해 주세요.
3. 죽은 이가 아이를 무척 사랑했다는 것을 얘기해 주세요.
4. 아이는 변함없이 사랑받을 것이고, 누군가 계속 돌봐 줄 것이라는 것을 얘기해 주세요.
5. 화나는 감정들은 모두 자연스런 것이라고 얘기해 주세요.
6. 즐겁게 놀고 웃어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해 주세요.
☆아이가 보내는 슬픔의 신호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말로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대신 다양한 슬픔의 신호를 보냅니다. 유난히 보챈다든지, 잠투정이 심해진다든지, 화를 많이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두 아이로서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입니다. (후략)
그런데 요즘 난 조금 슬퍼요.
모두들 슬픈 얼굴을 하고 있거든요.
나만 빼고 다 아는 비밀이 있나 봐요.
어른들은 어른만큼 키가 커야 비밀을 말해 줘요.
나 같은 땅꼬마 아이에게는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아요.
무릎을 굽히고 얘기해 주는 게 싫은가봐요.
날 안고 얘기해 줘도 되는데…….
나는 땅꼬마잖아요. 아주 작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