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옛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낯선 풍경이 펼쳐지는 이국적인 그림책이긴 하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가 별로 다르지 않듯, 육체적인 힘만 믿었다가 인간의 꾀에 혼이 나는 사자의 이야기가 우리의 옛이야기와 닮은 듯하여 친근한 느낌이다.

자신이 힘이 세다는 것을 친구 하얀 생쥐에게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 사자는 이렇게 말한다. "생쥐야, 이집트에 나보다 더 힘센 동물이 있을까?" 사자의 속마음을 알아차린 생쥐는 "그건 바로 인간이야."라고 답한다. 깜짝 놀란 사자는 인간을 보러 마을로 내려간다.

털도 없고, 갈기도 없고, 불안하게 두 발로 서 있는 인간을 보고 사자는 실망한다. 사자는 인간과 한 번 겨루어 보려고 하지만 인간은 꾀를 내어 사자를 나무에 묶어 놓고 힘껏 매질한다. 그 후 사자는 친구들과 함께 다시 이 농부를 혼내주기 위해 온다. 궁지에 몰린 농부는 또다시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벗어난다.

육체적인 힘만 믿은 사자, 그런 사자에게 한수 가르침을 주고자 했던 생쥐, 육체적인 힘은 사자에 미치지 못하나 위기에서 벗어날 꾀를 가진 인간. 하지만 단지 꾀와 기지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교훈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미묘한 상황과 세 동물의 입장-특히 생쥐의 행동-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아직 목숨이 붙어 있다는 걸 깨달은 인간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어요."좋아! 그런데 잠깐 기다려야겠군. 나한테 지금 힘이 없으니 집에 가서 찾아와야겠다.""서둘러, 난 참을성이 별로 없으니까."사자가 못마땅해하며 말했습니다."알겠네. 하지만 그 사이 네가 도망쳐버리면 어쩌지? 모두들 내가 무서워서 도망가버렸거든. 그래서 너를 잠깐만 나무에 묶어 두었으면 하는데 어때? 내가 힘을 가져올 동안 말이야."-본문 pp.10~11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