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여우가 우연히 오리 알을 발견하고 '지금 그냥 먹기보다, 나중에 살찐 오리를 잡아먹는 게 더 낫겠지?'라고 생각해 밤낮으로 오리 알을 품는다. 생전 처음하는 오리알품기는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고, 우여곡절 끝에 오리 알은 부화된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여우에게 생긴다.

바로 태어난 새끼 오리가 너무도 귀엽게 여우에게 재롱을 부리는 것. 빨리 키워서 잡아먹으려는 여우의 생각은 귀여운 아기 오리 때문에 자꾸만 뒤로 밀려난다. 마음 약한 여우는 결국 아기 오리의 아빠가 되고 만다.

자연계 먹이사슬 상식을 벗어나 동물 상호간의 감정에 길들여져 새로운 관계맺음을 이룬다는 설정 자체가 웃음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파스텔과 색연필의 질감을 살린 일러스트는 전통적인 여우 이미지에서 벗어난 어수룩하고 마음 착한 여우를 따뜻하게 그려냈다.그렇게 온종일 오리 알을 물고 있다 보니,더 이상 다른 먹잇감을 사냥할 수가 없었어요.겨우 나무 열매와 산딸기, 무 따위로 굶주린 배를 채워야만 했지요."이런 맛없는 식물이나 뜯어먹어야 하나? 나참 어이가 없군."여우는 혼잣말로 투덜거렸어요."맛잇는 오리 알을 입에 넣고도 먹지 못하다니...아, 정말, 슬픈 일이야!"-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