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화학자, 어류학자, 엔지니어, 사진가, 안무가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친 러시아 출신의 보리스 S. 지트코프의 짧은 동화를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번역은, 2004년 동인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김영하가 맡았다. 참을 수 없는 호기심 때문에 '금기'를 범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로, 짧은 분량이지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소년의 심리가 손에 잡힐만큼 생생하게 묘사되었다.

소년은 할머니 댁 선반에 놓여진 정교한 증기선 모형 속에 '소인'이 살고 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 그리고 그런 믿음은 할머니가 "절대로 배를 만지지 마라."로 말하는 순간, 배를 꼭 만져봐야겠다는 강박으로 변한다. 죄책감과 기대감이 반반 섞인 마음으로 아이는 계획을 짜고, 할머니가 자리를 비운 순간 배를 분해해 소인을 찾지만 남은 것은 형편없이 부서진 증기선 모형 뿐이다.

옮긴이는 "금지된 어떤 것에 매혹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에 빠저들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 '죄'가 자신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위안을 받을 것이다'라고 역자의 말에서 쓴 것처럼,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위안가 동감을 끌어내는 이야기다. 가는 선으로 깔끔하게 그린 그림은 흑백의 대비를 통해, 긴박한 심리를 표현한다.나는 증기선을 보고 또 보았다.좀더 잘 보려고 의자 위에도 몇 번씩 올라갔다.보면 볼수록 증기선은 진짜처럼 보였다.진짜랑 똑같아서 금방이라도 선실 문이 열릴 것 같았다.'선실 안에 소인들이 살고 있지 않을까?'모형 증기선에 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사람들 말이다.'성냥개비보다 작을지도 몰라.'혹시 누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까 봐 기다려 보기도 했다.틀림없이 녀석들도 가끔은 창문으로 밖을 내다볼 것이다.-본문 p.17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