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시각으로 본 미아 소동을 그린 그림책. 입장을 바꿔놓고 보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이야기거리가 된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사물을 자기 중심적으로 판단하는 어린이들은 '엄마가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쁜 사람은 아이들을 잃어버린 엄마다.

엄마, 남동생과 함께 은행에 간 여자아이의 목소리로 일기를 쓰듯 오늘 일어난 일을 들려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은행에서 갑자기 없어져 버린 엄마. 아이는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겁이 나지만, 남동생이 울까봐 괜히 씩씩한 척 하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가 없어 느껴지는 두려움도 잠시, 아이는 엄마와 함께 다녔을 때 느끼지 못한 해방감을 만끽하면서 즐거운 기분이 되고, 어느덧 집에 도착했을 때는 무언가를 해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다. 그런데 그런 기분도 잠깐, 연락을 받고 온 엄마는 아이를 보고 대뜸 화부터 낸다. 아이에게는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제3회 서울 동화일러스트레이션 대상 수상작이다. 경험에서 비롯된 진솔한 이야기와 긴장감 있는 구성, 군더더기 없는 결말, 어린 아이의 손을 빌려 그린듯한 독특한 스타일의 그림이 돋보인다.